생각보다 사회생활을 하다가 20대 후반, 30대, 심지어 40대에 새로운 길, 공부에 도전하는 분들이 많더라. 나도 입학하면, 내가 알기로 일본의 대학에서는 좀 드문 연령대일 것이 확실하고.
그런데 이런 분들의 블로그를 읽다 보면, 꼭 있는 댓글들.
`내 나이가 00살인데, 나도 가능할지 조언 좀 해달라.` `늦은 나이에 시작해서 졸업하면 00살인데, 도전해야 할지 고민된다.` 등등..
나 또한 20대 중반 때 이러한 고민들을 한 적이 있었고, 이미 그 길을 가고 계신 분들에게 용기를 내어 메일을 쓰기도 했다. 그런데 왜일까.
정작 그렇게 여기저기 물어보기만 하고, 내 마음속에는 `나이 문제`. `돈 문제`. `실패했을 때의 취업 문제` 등등의 고민으로 정작 시도해보지도 못 했던 일들이 작년에는 누구에게 어떠한 질문도 하지 않은 채 냅다 시작부터 했더랬다. 오히려 유학시험을 공부하는 동안 주위 사람들에게서 `거의 무리라고 봐야 한다.`, `전례를 본 적이 없다.(실상 전례는 있었지만, 모든 유학원이 그 전례를 파악하고 있지는 않다)`, `나이 때문에 쉽지는 않을 것이다.`라는 우려의 말들을 듣기도 하면서..
그냥 신경 쓰지 않고 공부했더니 어떻게 잘 되었다. 처음 지망했던 대학은 아니지만 어찌 되었던 수도권의 수의대니까 만족한다.
합격을 하고 나니 `이제 전문직이네.`라는 반응과 `너 졸업하면 30대 중반이야`라는 반응들로 나뉘더라.
엄마 친구분께서는 `이왕 갈 거면 대학을 처음부터 수의대를 갔었으면 좋았을 텐데`라는 말씀도 하셨고.
나도 가끔은 나이 차이 나는 애들과 공부하려니 두렵기도 하고, 졸업하면 그때의 내 나이가 문제가 될까 봐 미리 무의미한 고민을 하기도 한다.
그런데 얼마 전에 페이스북으로 내 과거 사진들을 정리하다가 문득 느낀 게 있다.
내 첫 대학에서 경영학을 공부한 것, 그리고 호주 워킹홀리데이, 관서학원대학으로 교환학생 갔던 1년, 상해에서의 직장생활, 프랑스에서 살았던 기억, 그리고 20대에 만난 친구들.... 내 20대를 이루는 모든 기억과 추억, 사람들을 난 전혀 후회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. 난 그때 정말 행복하게 웃고 있었으니까.
기본적으로 동물을 좋아하고 수의사라는 직업에 큰 호감을 가지고는 있었지만, 중고등학교 때부터 수의사가 되고 싶다고 생각했던 것은 아니었다. 막연하게 `수의사 같은 전문직 좋지. 비전도 있고.`라고 생각만 할 적에야 인터넷에서 이곳저곳 찔러보고 다녔지, 정작 `내 인생 목표에 있어 필요한 직업은 수의사다`라고 확고한 목표를 가진 것은 프랑스 니스에서 여름휴가를 보낼 때였다. 매일 열심히 일하다가 니스에서 바다를 보면서 저녁에 와인도 마시면서 느긋하게 지냈더니, 정말 할 일이 없어서 나 자신을 돌아보게 되었다. 그리고 지금부터 내가 살고 싶은 나라, 생활방식 등을 찬찬히 생각해보니 자연히 결심이 굳어졌다. 내 마음이 굳어지니 그때부터는 그냥 모든 것이 일사천리로 진행되었다. 정작 누군가에게 조언을 구할 시간도 이유도 없었다. 구하면 누구에게 구할 것이며, 구한다고 한들 내 유학 점수가 없는데 뭘 물을 수 있었겠는가.
(가끔 나에게 일본 수의대 유학에 대해 물어보시는 분들이 계시다. 하지만 나도 도와드리고 싶은데 정작 내가 도와드릴 수 있는 방법이란 별거 없다. 열심히 공부해서 입학 가능할 정도의 점수를 만드는 것, 그리고 회화도 열심히 해서 면접 보러 가는 것. 여기에서 내가 조금 도움 드릴 수 있는 거라고는, 내가 면접 봤던 대학들의 면접 질문들이 뭐 였는지 알려드리는 정도. 그런데 그런 질문은 결국 `점수`를 받고 준비해도 늦지 않는 것들이고. 중요한 것은 `점수`를 만드는 것이라고. 그냥 다른 고민은 접고 공부부터!)
글이 길어졌는데, 새로운 길에 도전하는 만학도 분들이 혹시나 이 글을 보게 된다면 조금이라도 용기를 얻었으면 싶다. 그리고 나도 가끔 마음이 불안할 때마다 이 글을 읽고 용기를 얻어야지.
만학도들 파이팅!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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